2011년 10월 02일
볼티모어
간만의 새 글이다. 어느덧 시월의 둘째날. 이제 여기 볼티모어에 온 지도 한달이 조금 넘었다. 처음에는 좀 어색했었지만, 이제 집도 좀 정이 들어가기 시작했고, 엊그제는 그 동안의 비지터 오피스 신세를 벗어나 새 연구실에 입주하기도 했다. 새 오피스는 예전에 입자현상론 하던 교수가 쓰던 방인 것 같은데, 방 한 면이 책장으로 되어있고, 칠판도 하나 있고, 손님용 의자에 작은 티 테이블까지 하나 있다. 원래 나 같은 포닥은 둘 이서 한 방을 쓰는 것이 보통이지만, 지금 마크의 포닥은 나 하나인 관계로 당분간은 혼자 큰 방을 쓰는 호사를 누릴 듯 하다.

집-연구실을 반복하는 내 생활은 존스홉킨스에나 칼텍에서나 거의 비슷하지만, 그래도 여기에서 더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느낌이다. 마크랑 나랑 둘 다 여기 처음 온 사람들이라 그런 것일수도 있다. 나 혼자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 이야기 하는 것 보다 마크 옆에서 있으면서 만나면 더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사실. 요새는 혼자 있는 내가 불쌍해서 그런지 마크도 혼자 심심해서 그런지 마크랑 이야기를 많이 한다. 마크는, 뭐랄까 몸도 마음도 참 편하게 일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조건을 만들어준다. 마크한테 우리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했는데, 어느날은 에스프레소 머신이 든 상자를 가져와서는 "자, 선물이야" 하고 내놓았다. 물론, 그 날은 충성도가 높아져서 다른 일 다 제쳐두고 마크와 함께하는 일에 버닝... :)

볼티모어 한인마트, 한국음식점은 LA보다는 훨씬 작지만, 오스틴보다는 좀 더 규모가 있는 듯 했다. 사실 지구상에 한국을 빼고는 LA랑 비교해서 한인 상권이 더 큰 곳은 없겠지만... 여긴 차타고 20분쯤 간 거리(엘리콧 시티라는 곳)에 H마트가 있어서 주로 그곳에서 한국장을 본다. 없는 것 빼고 거의 다 있는 듯.

전에 살던 곳들에 비해 날씨는 무척 습하고 비도 엄청 쏟아붓는다. 그래도, 습한만큼 주위에 나무들이 많아서 학교가는 길이 항상 푸르르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. 차타고 조금만 가면 워싱턴DC가 나오고, 기차를 타면 뉴욕에도 갈수 있다고 한다. 그러니까, 수도권이란 말씀.

첨에 올 때는 마약과 총기의 도시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, 뭐 학교-집만 오가는 단조로운 내 생활에서는 딱히 무섭거나 걱정되었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.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인데,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.
by cosmo | 2011/10/02 17:50 | 트랙백 | 덧글(3)
2011년 02월 19일
간만의 근황
12월 말에 한국 갔다가 1월 중순에 돌아왔고, 돌아온 일 주일 쯤 후에는 처제가 놀러왔었다. 내가 나 혼자 어디 놀러다니고 하는 성격도 아닌데다, 아내도 이 동네에 와서 완전히 정착 한지도 얼마 안되고 해서 근처에 간 곳이 별로 없었는데, 처제가 온 김에 여기저기 좀 돌아다닐 수 있었다. 

산타모니카 해변, 라스베가스,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갔었다. 다들 가 볼 만한 곳이었고, 아내, 처제와 함께 있어서 재미있었다. 자세히 쓸 시간은 없고, 그냥 메모겸 해서 몇가지 정리해 보면. 

우선 먹는거: 
산타모니카에서는 찐 랍스터를 (처제가 쐈다!) 먹었고, 라스베가스의 벨라지오 호텔 부페는 그저 그랬다. 그런데, 이게 공정한 비교가 아닌 것이, 다른 사람들은 큰게가 맛있다고 했었는데, 우린 그 전에 이미 랍스터(!!)를 먹은 후라 그다지 맛있었다는 기억이 없다. 그런데, 벨라지오 부페에서 스시를 만드는 광경은 정말 충격이었다. 일단 밥들을 원통형으로 만들어 놓은 다음에 그 위에 회를 뿌리더라. 뭥미. -.-;;; 차라리 라스베가스에서 기억에 나는건 한식당 "대장금"에 가서 먹은 돌솥비빔밥이다. 꽤 괜찮게 하는 집이었음. 덤플링을 먹으려고 딘타이펑에 두 번 정도 시도했으니, 너무 늦게 가서 (오후 8시경) 그런지 줄이 항상 길었었다. 우리 집에서 한 5분 정도 걸으면 야드 하우스라는 체인 펍이 있는데, 분위기가 너무 여피스러워서 난 그냥 그랬다. 아내와 처제는 좋아하는 것 같기도... 올드타운의 공용주차장 근처에 있는 아일리쉬펍은 펍 같은 분위기였음. 그런데, 왠지 기네스가 조금 싱거운 맛이었다는 기억이 남는다. 예전에 오스틴에 살 때 3시간을 운전해서 갔던 토다이가 한 10분 정도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서 가보았는데, 이미 이 동네의 해산물들에 스포일되서 그런지... 그 때의 그 맛은 안나더라. 특이한것은 저녁부페에는 회가 (그래봐야 참치와 연어지만) 나오더라는 거.

놀았던거: 
라스베가스 카지노에서는 게임을 하고 있으면 술을 *공짜로* 준다! 처음엔 그걸 모르고, 어떤 언니가 와서 "술 뭐마실래?"했을 때 그냥 괜찮다고 보냈었는데, 한 두어번 그렇게 보낸 다음에, 술을 시킨 후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여니까 공짜란다. WTF. 이럴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계속 마시는건데... 왠지 사람딜러를 상대로 하는 게임은 좀 부담이 되어서, 컴퓨터 한 대에 여섯명이 둘러앉아서 하는 룰렛을 했었다. 20불로 시작해서 한 80불 정도까지 땄었는데, 뭐 도박이 다 그렇듯이 그냥 순식간에 없어지더라. 그만둘 타이밍을 찾는게 참 어렵다. 라스베가스의 스트라토스피어 호텔에는 전망대가 있고, 그 전망대 꼭데기(264m!!)에 놀이기구들이 있었다. 예전에 이경규씨가 일요일에 했던 예능 프로에서 정형돈씨+alpha와 함께 가서 타는걸 본 적이 있어서 라스베가스에 가면 꼭 타리라고 벼르고 있었던 놀이기구들이다. 아내는 무섭다고 전망대에만 올라갔었고, 처제는 그 중에 자이로드롭이랑 비슷하게 생긴 빅샷이라는 것 하나만 탔다. 물론, 나는 다 탔고. :) 기본적으로 높이가 높이인 만큼... 정말 무섭다. ㅠ.ㅠ 그나마 안경을 벗고 타서 뵈는게 적었기 때문에 견디고 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.
유니버셜 스튜디오도 완전 재미있었다. 특히 영화세트장과 특수효과등을 보여주고, 킹콩3D가 포함된 스튜디오 투어가 좋았는데,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나중에 볼 일이 있으면, 스튜디오 투어에선 꼭! *왼편*에 앉길 권한다. 왼쪽에서 거의 모든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. 오른쪽에서 잘 보였던건 조스에 나왔던 상어가 나오는 장면과, 히치콕의 사이코에 나왔던 여관정도 였고, 나머지는 거의 다 왼쪽에서 잘 보이는 것들이었다. 쥬라기 공원은 좀 유치했지만, 다른 탈 것들은 꽤 재미있었다. 개인적으론 미이라가 잴 좋았고, 심슨라이드도 재미있게 탈 수 있었다. 워터월드는 좀 더 따뜻한 날에 봤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.

처제가 간 후에는 보통의 일모드. 여기 와서 벌여놓은 일들이 많아서 수습하느라고 정신이 없다. 게다가 헤텍스 관련 일도 버려둘 수  없어서, 매일 오전 시간은 헤텍스를 위한 코딩+계산에 할애하고 있다. 지금 당장 손보고 있는 드래프트 두 개는 3월초에 내는게 목표이고, 그 다음에 쓸 것들도 쪼로록 대기중이다. 공동연구자들이랑 하는 일이 많다보니, 예전에 혼자 쓰려고 계산해둔 녀석들은 아직 쓰기 시작도 못하고 있다. 조금만 더 마무리하면 되는데... 계속 여기저기서 독촉하거나, 물어보는 메일에 답을 하다보니, 다른 사람들이랑 하는 일들의 진도가 더 빨리 빠지는 듯 하다. 아마도 조만간에, 헤텍스시간을 만들었듯이, 나 혼자 쓰는 논문을 쓰는 시간을 따로 만들어서 관리해야 할 듯 하다.

어느덧 포닥이 된 지도 6개월째다. 내 첫 포닥생활의 1/6이 지나갔고, 일년 반 정도 후에는 다시 잡마켓에 나가야 한다. 다음번에 마켓에 나갈 때에는 지난번 보다 좀 더 어필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고 있다.
by cosmo | 2011/02/19 20:17 | 트랙백 | 덧글(2)
2010년 12월 09일
자랑
오늘 학교 전산실 사이트에 가보니까 매스메티카8이 나왔다고 해서 받아봤다. 잴 처음 한건 벤치마크. 내 컴터(ooju)가 1등했다는게 자랑. 지난 버전에서는 64bit계산을 완전히 서포트 하지 않았는지 (32-bit)로 나오면서 그다지 높지 않은 점수를 받았었는데, 이번엔 완전 잘 나왔다. ㅎㅎㅎㅎㅎ

by cosmo | 2010/12/09 04:29 | 트랙백 | 핑백(1) | 덧글(3)
2010년 10월 13일
암흑물질, 암흑에너지와 HETDEX
텍사스 우주론 센터에서 암흑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스타데이트를 냈네요. 미국에 계신 분들은 라디오에서 오늘 (10월 12일) 부터 15일 까지 스타 데이트에 나오는 암흑에너지 설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. 낭랑한 샌디 우드 아주머니의 목소리로 암흑에너지를 설명하고, 와인버그 할아버지, 에이치로, 게리, 칼, 니브가 목소리 출연합니다. 15일까지 기다리기 싫으신 분은 텍사스 우주론 센터(이름을 클릭하면 홈페이지로 갑니다) 홈페이지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. 밑에 보면 암흑 물질에 대한 영상도 있네요.
by cosmo | 2010/10/13 15:02 | 트랙백 | 덧글(3)
2010년 09월 11일
패서디나에서의 삼 주
오는 일요일이 이 동네에 온 지 딱 삼 주째 되는 날이다. 패서디나는, 같은 미국 땅이지만, 5년간 살던 어스틴과 너무 다르다. 하긴, 대략 2400km가 떨어져 있으니 다를 법도 하지만 말이다. 

내가 느낀 가장 큰 차이는, 의사소통이 더 잘 된 다는 것이다. 사람들이 내 가 말 하는 것(영어)을 잘 알아듣고, 나도 그 사람들이 말하는게 더 잘 들린다는 것. 여기 와서 한 번도 "pardon"이나 "say it again, please"같은 말을 써 본 적이 없다. 그리고, 그 사람들이 내가 말해주는 알파벳 스펠을 틀리지 않고 받아쓴다!! 어스틴에서는 내 이름을 다 말해봐야 알아듣지도 못해서 "DJ"라고 말을 하면 "PJ"니 "TJ"니 그 때 그 때 다른 단어로 적었었는데, 신기하게 여기 와서는 한 번도 그렇게 적은 사람이 없다. 특히 레스토랑 갔을 때. 처음에는 미국에 한 오 년 살았더니 영어가 늘었나 싶었었는데, 이건 왠지 여기가 큰 도시 (L.A.) 주변이고, (시골 어스틴에 비해)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 살아서 그런 것 같다. 결정적으로 그게 맞다고 느낀게... 며칠 전에 HETDEX미팅 때문에 칼리지 스테이션 (역시 Texas에 있는 시골 마을)에 있는 호텔에 전화를 했었는데, 그 아주머니가 한 말을 못 알아듣고 역시 "pardon"을 외쳐야 했다. 역시, 영어를 배우려면 도시보다는 시골에서 배워야.... (응? -.-;;;)

또 다른 큰 차이는, 여기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. 내 집은 거의 학교와 올드 패서니다로 불리는 중심가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, 한 1~20분 정도 걸으면 학교에도, 시내에도 갈 수도 있다. 첫 두 주간은 주변도 익힐 겸 해서 학교에 걸어서 갔었는데, 길들이 전부 곧은 직사각형을 두르고 있어서 며칠 있으니까 다 외워졌었다 (모티베이션이 없어졌다는 말). 지금은 귀차니즘이 모든것을 압도해서 차를 타고 학교에 가고 있다. 주차비도 싸다 (한 달에 40불이고, 주차 공간도 항상 넉넉하다.)! 아, 이 단락에서 할 얘기는 이게 아니라... 걸어서 갔었는데, 걸어 가는 길에 음식점들이 많았다는 거다. 특히 일본 음식점이 많은데,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난 집만 해도 네 군데가 된다. (그 중에 한 집은 한국 사람이 하는 가게고-회덮밥이 있더라-, 다른 한 집은 한국 사람이 한다고 한 80%정도 확신하고 있다.) 한가지 아쉬운 점은.. 원래 내가 사는 아파트 1층에 일본 사람이 하는 편의점이 있었다는 거다. 여기 오래 산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, 겨울엔 호떡같은 것도 팔고 그랬다는데... 내가 이사왔을 때는 벌써 없어졌었다. 흑. ㅠ.ㅠ 아무쪼록 편의점이 들어오길 바라고 있다.

마지막으로, 이건 학교가 작아서 그런 것 같은데, 일들이 전부 빨리 해결된다는 것. 내가 다른 건물에 가서 처리했던 것은 ISS와 HR에 한 번 씩 같던 것 뿐이고, 나머지들은 그냥 우리 건물에 있는 셜리아줌마한테 얘기하면 보통은 한 시간 안 에 다 처리해 준다. 특히 컴퓨터 관련 일들은 처리가 빠른데, 뭐 그건 어스틴의 다x오라는 아주 느림보 굼뱅이 컴퓨터 어드민과 비교한 것이라서 나 한테만 특히 감동적인 것일 수 도 있다 (x리x는 하드 하나 갈아주는데 한 달을 잡아먹은 우주최강 느리보다).

그리고, 부가적인 것으로는.. 내 오피스에서 열 발짝도 안 떨어진 곳에 에스프레소를 뽑아주는 기계가 있다는 것과, 건물 구석 구석에 있는 "칠판벽+편한 소파"의 컴비네이션이다. 이게 평소에는 그냥 편하게 앉아서 논문 읽는 용도로 밖에 사용되지 않지만, 외부 사람들 와서 토론할 때는 정말 훌륭하게 작용한다. 또 뭐가있나... 아, 건물 자체의 간지도 훌륭하다. 내가 일하는 건물인 Cahill은 이렇게 생겼다.
이건 같은 곳에서 찾은 사진인데, 1층에서 2층 올라가는 계단의 사진이다. 저 사람은 지하로 내려가고 있네.

@ 여기 블로그도 그렇고, 트위터도 그렇고, 혼자 있으니 여기저기 포스팅이 잦다. 아내가 옆에 있을 때에는 아내에게 미주알 고주알 다 얘기 했었는데, 아내가 없으니 할 얘기들을 쌓아놓았다가 그 중 써도 될만한 이야기들을 모아서 여기저기 흩뿌리고 다니는듯 하다. 
@@ 이러고 나서 생각해보니 예전에 아내 (그 때는 여친이었던)가 한국에 있을 때 블로그 포스팅을 가장 열심히 했던 것 같다.
by cosmo | 2010/09/11 18:02 | 트랙백 | 덧글(10)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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